2019-09-30
브랜드를 상징하는 컬러들 중에서 ‘레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 중 하나, 바로 발렌티노다.
1960년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에 의해 설립된 이탈리아 브랜드 발렌티노는 여배우들이 사랑하는 드레스,
재클린 케네디의 드레스로 대표되며 고상하고 럭셔리한 취향을 가진 여성들의 상징적인 브랜드다.
어릴 적부터 패션에 대한 재능을 발견한 발렌티노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파리에서 패션 공부를 시작한 뒤, 다시 로마로 돌아와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하우스를 론칭하게 되었다.
이탈리아 로마 콘도티 거리에 고급 맞춤복을 제작하는 쿠튀르 아틀리에를 오픈하고, 디자이너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하듯 우아하고 화려한 감각을 담은 제품들을 선보였다. 로고가 화려하게 돋보이거나 트렌디한 느낌보다는 고급스러운 소재를 사용하고, 여성미를 강조한 우아하고 섬세한 드레스와 코트, 재킷이 메인 제품.
발렌티노는 일명 ‘발렌티노 레드’라고 불리는 레드 컬러를 꾸뛰르 컬렉션에 자주 사용했는데,
스페인에서 영감을 받은 강렬한 진홍색에 주홍빛이 살짝 감도는 색으로 브랜드에 우아하고 따뜻한 느낌을 더하는데 한몫 했다.
누구보다 가장 꾸뛰르다운 화려하고 우아한 디자인 세계를 구축하는 발렌티노에게 레드는 그의 디자인 철학을 집약한 색이라고 할 수 있다.
정교한 자수나 비즈, 화려한 레이스, 입체적으로 재단된 곡선에 더해진 레드 컬러는 화려한 이미지를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특히 발렌티노의 레드 컬러 이브닝드레스는
여성을 가장 우아하게 만드는 아이템으로 손꼽힌다. 레드 카펫 위에서는 빨간 드레스를 입지 않는 관습에도 불구하고 시상식이나 영화제에서 여배우들이
발렌티노의 레드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는 모습도 자주 발견될 만큼 클래식 아이템이 되었다.
이탈리아 중심으로 활동하던 발렌티노가 미국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글로벌화가 시작되었다.
1964년 뉴욕의 월도프 애스토리아에서 패션쇼를 열어 브랜드의 주요 제품들을 선보였는데, 이 계기로 재클린 케네디가 발렌티노의 주요 고객이 되었고,
그녀의 결혼식 드레스를 제작하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되었다.
파리의 몽테뉴에 프랑스 첫 번째 부티크를 오픈하면서 유럽 패션 업계에서도 브랜드의 영향력을 한층 강화했다.
발렌티노를 전성기로 이끈 것은 1999년 젊은 감각의 디자이너 2명을 영입하면서부터였다.
펜디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액세서리 부분을 담당했던 마리아 그라치아 미우리와 피엘 파올로. 이 두 사람은 실험 정신과 개성 강한 디자인이 반영된 액세서리들을 선보이며
펜디의 대표 액세서리들을 탄생시켰다. 디자이너 듀오를 영입하면서 발렌티노는 전통과 혁실이 어우러진 색다른 액세서리 컬렉션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사랑받으며 브랜드를 대표하는 화려한 스터드 장식의 락스터드와 발렌티노의 로고를 대신한 V-RING 디테일도 이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핸드백과 지갑, 슈즈 등 다양한 액세서리에 적용되어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08년 발렌티노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로댕 미술관에서 마지막 패션쇼를 열고 은퇴했고,
마리아 그라치아와 피엘파올로가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공식 임명되면서 한층 현대적으로 해석된 발렌티노로 진화했고 여성들의 로망을 채우는 룩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아쉽게도 2017년부터는 마리아 그라치아가를 디올로 떠나보내고 피엘 파올로 혼자 발렌티노를 이끌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우아함에만 그치지 않고, 발렌티노를 한층 현대적인 감각으로 이끈 재미있는 컬래버레이션들도 공개되었다.
2018 겨울 런웨이에 등장한 롱패딩의 정체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는데, 바로 겨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발렌티노 X 몽클레어의 만남.
두 하이엔드 브랜드의 만남으로 완성된 패딩은 몽클레어의 뛰어난 기술력과 발렌티노 특유의 유니크한 디자인이 만나 패션 피플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번 가을 겨울 시즌, 피엘 파올로가 가 제시한 로맨스는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컬렉션은 처음부터 끝까지 로맨틱의 결정체였다. 키스하는 연인을 표현한 조각과 펑키한 분위기로 재해석한 장미꽃 프린트는 오프닝 룩을 포함해 런웨이 곳곳에서 시선을 사로잡았고,
가벼운 느낌의 네온 컬러 실크 드레스와 드라마틱한 깃털, 장식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오뜨 꾸뛰르 못지않은 하이엔트 룩과 스트릿 감성이 색다르게 섞여 특별함을 더했다.
로맨스에 대한 여성의 주체적인 모습을 담은 듯했다. 전 세계 공통어가 바로 사랑이라는 디자이너의 말처럼 무대에는 스코틀랜드 출신 텍스트 아티스트 로버트 몽고메리의 유명 문구인
‘당신이 사랑한 사람이 위협이 되기도 하고 희망이 되기도 한다’가 빛을 발했고, 객석엔 사랑에 관한 시집들이 곱게 놓여 있었다.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여성의 우아함, 아름다움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는 발렌티노.
클래식함을 유지한 채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앞으로 젊은 고객들과 또 어떤 소통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